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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경제)

[현지취재] 현대자동차의 미국 征服 (1/3)  (2002.04.09)

현대차는 미국 소비자의 「가슴」을 공략해서 성공했다

趙南俊 月刊朝鮮 편집위원(njcho@chosun.com)

[편집자 注] 자동차의 본 고장, 미국이 한국차를 주목하고 있다. 시장점유율로만 따진다면 아직은 미미한 편이지만 워낙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은 미국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아시아, 유럽 등지의 수입차가 前年 對比(전년 대비) 평균 5.4%, 미국차가 -4.8% 성장한 데 비해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차는 평균 40%의 성장을 했다. 2000년에도 前年 對比 34%나 많이 팔렸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잘 팔리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앞으로도 이같은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현대자동차의 초청으로 2월25일부터 3월4일까지 열흘 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미국 현지법인, 디트로이트 자동차연구소, 현지인 판매상, 자동차 전문가 등을 만나 현대·기아차의 현지 평가와 장래 전망 등에 대해 취재했다.



「돈이 샘물처럼 솟는 계곡」

인천공항을 떠난 지 열몇 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운 바람이 씽씽 불던 서울의 겨울에 지겨움을 느껴 온 필자에겐 얼굴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남국의 태양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캘리포니아州 로스앤젤레스市 교외 파운틴 밸리. 현대차 미국 현지법인, HMA(Hyundai Motor America)는 거대한 수목과 새파란 잔디에 둘러싸여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파운틴 밸리(Fountain Valley)」를 한자로 표기한다면 「泉谷(천곡)」, 곧 「샘의 계곡」이다. 의미 없는 地名(지명)이란 없다는 말은 東西洋(동서양)을 막론하고 통하는 것일까. 이곳은 「돈이 샘물처럼 솟아나는 계곡」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일 것만 같다.

1985년 4월 설립된 HMA(사장·핀바 오닐ㆍ48)는 현대차의 美洲(미주)지역 판매를 총괄하는 사령부다. 530여 명의 이곳 멤버들 가운데 한국에서 파견된 현대차 소속 직원이래야 16명에 불과하다. 대표이사 사장, 부사장을 비롯한 대다수 인력이 현지인, 또는 이민 1.5세대와 2세들로 90% 이상이 판매에 종사한다.

이들은 대부분 장기근속자다. 오닐 사장도 1986년 현지법인이 생겼을 때, 고문변호사로 참여한 이래 지금까지 근속하는 사람이다. 사상 최대의 판매실적을 올려서인지 그의 표정에서 자신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는 현대차를 사는 소비자들의 수준이 최근 3년 간 교육을 많이 받고 소득이 높은 층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며 시장상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현대차의 판매가 작년보다 20%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서부지역 디스트릭트 매니저인 샌디 질롬스키(여ㆍ43)도 창업멤버 가운데 하나. 그녀는 13명의 딜러를 관장하는 책임자다. 목소리도 크고 활달한 여장부 스타일이었다. 그녀는 1998년 자기 관할 구역에서 1700대에 불과하던 판매량이 작년에는 9488대로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자랑했다.

현대차는 이렇듯 현지화된 인력을 배경으로 地名에 걸맞게 솟아나는 샘물처럼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34만6235대. 한 대에 1만 달러씩 받았다고 쳐도 34억 달러가 넘는 돈이다. 기아차 22만3721대를 합치면 60억 달러(7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이다. 전년 대비, 40%의 기록적인 성장률이다.

한국차의 판매량 증가는 GM(-10.3%), 포드(-11.6%), 크라이슬러(-14.1%) 등 세칭 자동차 「빅 스리」社의 마이너스 성장에 비추어 볼 때, 얼마만큼의 大躍進(대약진)인지 알 수 있다. 더욱이 이들 빅 스리社 가운데 GM은 작년 9ㆍ11 테러사건 이후, 急減(급감)하는 자동차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다. 포드도 곧 GM의 뒤를 따를 기세다. 잘 나간다는 도요타, 혼다 등을 포함한 아시아車는 평균 5.9%, 폴크스바겐, BMW, 벤츠, 볼보, 포르쉐 등 유럽차들은 평균 5.4%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작년 250萬 대 팔아 35조 매출

작년 1년 간 현대차와 기아차 兩社(양사)가 創社(창사) 이래 최대로 올렸다는 영업실적<표1>은 이같은 미국 시장에서의 맹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두 회사는 248만6000대(내수 114만8000대, 수출 133만8000대)를 팔아 현대차 22조6000억원, 기아차 12조2600억원 등 34조8600억원(내수 18조4600억원, 수출 16조4000억원)의 매출액과 현대차 1조1600억원, 기아차 5500억원 등 1조7100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성적은 곧 한국차의 성적. 한국은 2001년 29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 2000년에 이어 세계 랭킹 5위<표2 >를 유지했다. 미국은 1143만 대로 1994년 이후, 不動의 1위를 고수했다. 일본(978만 대), 독일(569만 대), 프랑스(346만 대)는 2~4위를 차지했으며, 스페인, 캐나다, 중국, 멕시코, 브라질이 10위권에 들었다.

현대·기아차의 수출대상국 180여 개 나라 가운데, 미국 시장 한 군데서만 전체 수출 물량의 42.7%를 맡아 줬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들어서도 현대차는 작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중이다. 1~2월 두 달 동안 현대차 한 군데서만 5만5629대를 팔아 전년 동기대비 18% 증가율을 보였다.

그 결과, 兩社를 합치면 국내 최대 기업, 현대차 하나만 놓고 봐도 삼성전자에 이은 제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참고로 작년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들의 성적표(추정치)를 보면 삼성전자(매출 32조3800억원, 순익 2조9000억원), SK텔레콤(매출 6조2000억원, 순익 1조1400억원), 포항제철(매출 11조800억원, 순익 8000억원), 현대중공업(매출 7조4000억원, 순익 -780억원)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차 兩社 모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초우량기업인 셈이다.

미국 시장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직도 뻗어나갈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데 있다. 작년 말 현재,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3.3%(현대차 2%, 기아차 1.3%)밖에 되지 않는다. 아시아車를 대표하는 일본을 보면 도요타 혼자만 10%를 넘어섰고, 혼다, 마쓰다 등을 합치면 26.7%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우리 차도 하기에 따라서는 앞으로 몇 배 이상 시장을 늘려 나갈 수 있다는 증거이다.

대만·유고는 미국 시장에서 실패… 퇴출

하지만 점유율이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 미국인은 잘 알지도 못하는 「동방의 소국」 코리아가 자동차의 본고장에 진출해서 그들이 경계심을 가질 만큼 값싸고 품질 좋은 차를 팔고 있다는 데에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말이 그렇지, 자동차의 宗主國(종주국)에 자동차를 팔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자동차의 본고장에 자동차를 수출한다는 것은 김치의 본고장인 우리나라에 외국인이 김치를 수출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김치를 수출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만든 김치나 다름없거나 더 나아야 사먹을 것이다.

현대가 미국 상륙에 성공하자, 다른 국가도 덤벼들었다. 비슷한 여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뛰어든 나라가 유고와 대만이었다. 일본, 한국에 이어 경공업의 성공을 중화학 공업으로 이어 보려는 대만과 전통적으로 기계공업에 강한 유고가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실패했다. 그들의 자동차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미국의 땅에서 곧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모든 사업이 다 모험이긴 하지만, 현대차의 미국 시장 진출은 어찌 보면 큰 도박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일본이 해냈으므로 우리도 못 할 것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은 100년 전에 군함을 만들었고, 70년 전에 비행기와 항공모함을 만든 나라다. 그만큼 정밀·기계 공업의 역사가 깊다. 우리는 6ㆍ25 전쟁 중에 자동차 정비나 하고 전후에는 드럼통을 두들겨 버스 차체나 만들던 나라다. 큰 차이가 있다.

1955년 시발자동차를 조립생산하면서 始動(시동)을 건 한국 자동차산업이 반세기도 되기 전에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주목받을 만큼 성장한 데는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

 

자동차 수출은 다른 상품과는 달리 각별한 의미가 있다. 외국에 나가서 우리나라 차를 만나는 반가움이란 마치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을 정도다. 과거에는 특히 그랬다. 그냥 휙 스쳐 지나가면 서운하고 어쩌다 駐車되어 있는 차라도 볼라치면 다가가서 이리저리 살피며 「먼 데까지 와서 애쓴다」는 심정으로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아마도 반가움과 신기함과 기특함이 복합된 마음의 표현이리라.

필자가 1984년 8월, 건설부 출입기자단의 일원으로 영국 런던에 갔을 때, 우리 일행의 차량 바로 뒤에 영국인 부부가 탄 포니를 발견하고 함성을 지르며 손을 흔들어준 적이 있다. 여럿이 사진도 찍었다. 그 부부도 동양인들이 자신들을 향해 손을 흔드니까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웃으며 창 밖으로 손을 흔들고 지나갔다.

에콰도르에 포니 5대 선적… 수출의 효시

최초의 국산차 수출은 1976년 6월 南美 에콰도르에 포니 다섯 대를 선적하면서 시작됐다. 포니는 1974년 6월, 이탈리아 트리노 모터쇼를 통해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다. 비록 세계적인 디자이너 주지아로의 작품을 사들인 것이었지만, 어쨌든 세계에서 열여섯 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자체 고유 모델을 발표하는 쾌거였다.

해치백(차량 뒷면)이 보통 자동차처럼 ㄴ자 형태가 아닌 45도 각도의 독특한 모양을 한 포니는 세련된 스타일과 뛰어난 성능으로 1990년 斷種(단종)될 때까지 66만 대가 생산됐고, 21만8000대가 해외로 팔리는 전설적 베스트셀러 카로 이름을 올렸다.

 

「포니」라는 이름도 절묘했다. 사람 못지 않게 자동차도 이름이 중요하다. 부르기 쉽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 포니(Pony)는 「당나귀」라는 뜻으로 당나귀 鄭(정)字를 쓰는 鄭씨 가문의 현대그룹이 만들어 낸 것으로는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게다가 당나귀는 달리는 운송수단 아닌가. 이 때문에 차를 만들어 낸 鄭世永 당시 현대자동차 사장(現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지금도 국제사회에서 「포니 정」이라는 애칭으로 통하고 있을 정도다.

본격적인 자동차 수출은 캐나다 시장에서 시작됐다. 수출에 적극적이었던 현대차는 1983년 캐나다에 현지법인(HACI)을 설립, 「포니2」를 판매하기 시작하여 1985년에는 캐나다 시장점유율 7%를 점유하는 호조로 캐나다 수출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는 그 여세를 몰아 1986년엔 미국 현지법인(HMA)을 설립, 염원이었던 대망의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독특한 판매망을 구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던 현대차는 소형차 부문에서 때마침 경쟁상대국인 일본의 對美수출이 자율규제와 엔高 현상으로 고전하고 있는 틈을 타 멋진 성공을 거두었다. 1986년 한 해 동안 당초 목표 10만 대를 배 초과하는 20만여 대의 「포니 엑셀(프레스토)」을 판매, 미국 환경보호청 선정 「1986년 미국內 자동차 판매자동차 베스트 10」에 들기에 이르렀다.

최고 26만 대(1987년)까지 팔 정도로 예상치 못했던 大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품질과 애프터 서비스 문제가 돌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포니 엑셀(프레스토)은 수출하기에 부족함이 많았던 차였다. 당시로서는 新기술과 新개념을 대폭 적용했다고는 하지만 자동차의 종주국인 미국의 판도에는 적용하기 힘든 성능과 품질이었던 것이다.

일단 시장 진출에서는 우수한 가격경쟁력으로 성공하기는 했지만 결국 「싸구려 한국차」라는 이미지를 미국인들에게 강력히 인상지워 준 모델이 되고 말았다. 한 대의 자동차에 들어가는 2만여 개의 부품 간에 품질 차이가 커 조화가 적절히 이뤄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차체의 피로도 증가가 예상 외로 빨라 그만큼 잔 고장이 잦았다. 게다가 이런 고장을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는 A/S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도 국산차의 이미지를 낮추는 결과를 불러왔다.

「10년ㆍ10만 마일 워런티」가 결정타

그 뒤로는 급전직하였다<표4>. 산에 오르기는 어렵지만 내려오기는 쉽다. 올라갈 때는 한발 한발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려오는 것은 몸뚱이를 굴려버리면 순식간에 가능하다. 그 대신 몸은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현대차가 미국인들에게 다시 어필하기 시작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10년, 10만 마일 워런티(warrantyㆍ보증)」가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

 

2000년 1월,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北美(북미) 국제 모터쇼」의 현대자동차 전시관에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현대차 전시관에 사람들이 몰려든 것은 전시관 상단에 큼지막하게 내걸린 「10년ㆍ10만 마일 무상 보증 수리」라는 현수막 때문이었다.

관람객들은 『정말 10년ㆍ10만 마일 운행기간 중 무료로 수리를 해 주느냐』, 『정말 믿어도 되느냐』는 질문이 쏟아져 전시장에 나온 HMA 직원들이 대답하느라고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함께 전시관을 연 일본·유럽 지역 자동차 업체는 『그렇게 오래 보증 수리를 해 주다가는 회사가 버텨나지 못할 것이다』, 『현대차가 소비자를 상대로 마케팅 실험을 하고 있다』는 말로 평가절하했다.

현대차가 실제로 「10년 워런티」를 시작한 것은 1998년 하반기부터였다. 1999년 한해 동안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자, 2000년부터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해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던 것이다. 2000년 7월부터는 계열사인 기아도 같은 조건을 내세웠다.

경쟁국가와 同種업체의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10년ㆍ10만 마일 워런티」 마케팅 전략은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표4>에서 보여 주듯 1999년부터 현대ㆍ기아차의 판매량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1998년 17만 대에 불과하던 兩社의 판매량은 1999년 30만 대, 2000년 40만 대, 2001년 57만 대로 매년 수십%씩 늘고 있는 것이 보인다. 3년 만에 330%의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1998년 1.1%에서 1.77%, 2.33%, 3.32%로 높아지고 있다.

파격적인 「10년 워런티」는 국내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강했다. 얼마나 내놓을 것이 없었으면 그런 조건을 내세웠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다 회사 들어먹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현지취재] 현대자동차의 미국 征服 (2/3)

 
한국차의 품질에 대한 평가 계속 높아져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얼마나 품질에 자신이 있으면 그러겠느냐』고 받아들인 것이다. 미국인 소비자들이 그것을 믿고 받아들인 결과가 판매량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무료로 고칠 수 있다고 해서 質 나쁜 차를 사지는 않는다.

「10년 워런티」는 미국인의 情緖에 호소해서 성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미국인들도 그 점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상품이라기보다 생활 그 자체다. 우리의 「신발」 같은 개념이랄까. 어려서부터 그들은 자동차와 가족처럼 함께 산다. 그래서 웬만한 고장쯤은 카센터에 가지 않고 스스로 고칠 줄 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슈퍼마켓의 생필품 코너에서 식료품을 사듯, 자동차 부품가게에서 팬 벨트, 카뷰레터 등을 사갖고 집에 갈 만큼 자동차와 친숙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미국의 젊은이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과 자신의 차를 갖는 것을 가장 큰 꿈 두 가지로 꼽고 있다고 한다.

「10년 워런티」는 자동차를 머리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미국인의 이같은 특성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실행할 수 없는 마케팅 기법이었던 것이다.

다만 「10년 워런티」는 하나의 함정을 안고 있다. 품질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현대차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10년 워런티」는 최초의 新車 구입자에게만 혜택이 있고, 수리 대상도 엔진과 트랜스미션에 한정하고 있긴 하다.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교체 週期(주기)가 4.8년 내외이므로 부담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현대차 측은 설명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할인판매와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보증기간 연장은 수익성 저하라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상수리 기간을 1만 마일 늘리면 1대당 연간 5만~6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는 제도를 도입한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아서 비용발생이 적지만, 4~5년이 지나면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현대차는 미래의 무상수리 비용이 늘어날 것에 대비,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 미래의 비용을 현재의 비용으로 이미 계상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보상비용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新車 발매 후, 6개월 간의 보상비용이 2001년 모델의 경우 1997년 대비, 44%나 감소했다.

또 다른 청신호는 현대차의 품질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는 미국 조사기관과 소비자 및 딜러 들의 평가다. 「컨슈머 리포트」誌는 1936년 설립된 非영리 단체로, 100여 명의 시험전문가를 포함, 450여 명 직원과 50여 개의 실험실을 갖추고 있으며, 월간 460만 부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미국 최고의 권위 있는 소비자 전문 잡지다. 공정성과 공신력을 지키기 위해 판매수익만으로 운영되며, 광고는 일절 없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물품 구매時 가장 많이 참조하는 잡지로 꼽힌다.

안전성은 「최우수級」

컨슈머 리포트誌는 지난 2월호에 실은 全세계 소형차를 평가하는 특집기사에서 현대 「엘란트라」에 대해 『차량 성능이 믿을 만한 수준』이라고 썼다. 혼다 시빅, 현대 엘란트라, 도요타 코롤라, 시보레 카발리 등 13개 차종에 대한 핸들링, 제동성, 가속성, 승차감, 燃比(연비) 등 9개 항목에 대한 시험 결과, 현대는 5위를 차지했다<표5>. 예상 신뢰도는 아직 판매 초기라서 유보됐지만 이대로만 가면 2~3년 안에 上位 수준에 육박하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일을 통해 소비자 만족도 측정과 자동차 판매량 조사를 맡는 J.D. 파워社의 조사결과도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가 점차 향상돼 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현대자동차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37개社 가운데 27위로 아직 낮으나, 차종별로 보면 엘란트라가 23개 모델 가운데 4위, XG300과 싼타페가 25개 및 14개 모델 중 각각 2위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 디트로이트市 교외 앤 아버에 있는 미시간大의 국립품질조사센터가 조사하는 소비자 만족도 지수에서 현대차는 2001년 중 최초로 산업평균치를 상회<표7>하는 성과를 거뒀다.

안전성에서도 현대차는 합격점을 넘어서서 「우수한 차」로 랭크됐다. 미국 도로교통국 시행 차량 측면 충돌실험 결과, 중형차 부분에서 쏘나타는 앞좌석에서 4점, 뒷좌석에서는 5점 만점을 받았다. 1997년의 앞좌석 1점, 뒷좌석 2점에서 대폭 향상된 것이다. 경쟁 車種을 보면 포드의 토러스는 3-3, 크라이슬러 콘코드 4-3, 폴크스바겐 파세트 4-4, 닛산 멕시마 4-4, 혼다 어코드 4-5, 닛산 인피니티 4-4점 등이다.

준중형급에서도 엘란트라는 2000년 3-1에서 2001년에는 5-4점으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세피아도 2-1점에서 3-4점으로 향상했다. 경쟁 차종을 보면 포드 포커스(4도어)는 3-4, 포커드(2도어) 4-1, 혼다 시빅(4도어) 4-4, 혼다시빅(2도어) 5-5(만점), 폴크스바겐 제타(4도어) 4-4, 폴크스바겐 비틀(2도어) 5-3, 마쓰다 626, 크라이슬러 네온(4도어)이 각각 3-3점이었다.

미니밴급에서는 한국차의 우수성이 더 한층 입증됐다. 기아의 「세도나」가 2002년 정면충돌 및 측면충돌 검사에서 운전석, 조수석, 앞좌석, 뒷좌석 4개 분야에서 모두 만점인 별 다섯 개씩을 받은 것이다. 경쟁 차종을 보면 닷지 카라반이 4-4-4-5, 포드 윈드스타가 5-5-4-4, 시보래 벤처 4-4-5-4, 혼다 오디세이가 역시 만점으로 5-5-5-5, 도요타 시에나가 5-5-4-5를 받았다.

미국 보험협회는 2001년 1월31일, 범퍼 충돌시험을 실시한 후, 『현대의 엘란트라가 가장 훌륭하고 뛰어난 차』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앞쪽 플랫, 앵글, 뒤쪽 플랫과 폴 등 네 군데를 충돌한 후 들어가는 수리비가 엘란트라는 평균 210달러에 불과했다. 포드 포커스의 654달러, 혼다 시빅의 370달러, 크라이슬러 시러스의 638달러, 렉서스 LS430의 690달러, 닷지 카라반의 1031달러, 벤츠 C320의 1112달러에 비해 최고 5분의 1에 못 미쳤다.

딜러는 억만장자

자동차산업 동향분석과 마켓 컨설팅 전문회사인 오토 퍼시픽社(미시간州 사우스필드 소재)의 조지 피터슨 사장(54)과 제임스 홀 부사장(48)은 현대차에 대해 수식 없이 간단히 평가했다.

『현대차는 전체적으로 마쓰다와 비슷하고 도요타, 혼다, 닛산만은 못하다. 미쓰비시와는 비슷하거나 조금 못하다. 소형 SUV는 GM, 크라이슬러, 포드차만 못하다. 중형 XG300은 GM, 크라이슬러보다 낫다. 중형 SUV인 기아 소렌토, 미니밴인 세도나는 同種의 차량 가운데 최고다』

현대차의 성공에는 이밖에 우수한 딜러의 流入(유입)과 현지법인의 철저한 현지화,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판매제도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시스템上 자동차는 결국 자동차 딜러(散賣商)가 파는 것이다. 딜러는 정확히 말해 우리의 散賣商과는 개념이 다르다. 대개 억만장자級이다. 미국 최고의 상류층이며 代를 이어가며 家業(가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매장을 하나 내는 데 보통 600만 달러(78억원)에서 1000만 달러(130억원)의 돈이 들어가니까 그럴 만도 하다. 돈만 많다고 다 딜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5년 이상의 딜러 경력이 없으면 응모도 못 한다. 돈은 있으나 경력이 미달인 사람은 경험자를 채용하여 딜러에 응모한다.

소비자와 매일 얼굴을 맞대는 그들이 판매에 소극적이면 차는 팔리지 않는다. 그래서 딜러들의 만족도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사업가인 만큼 잘 팔리고 많이 남는 차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35개 브랜드 가운데 딜러들의 현대차에 대한 평가는 1998년 여름 22위를 바닥으로 찍고, 매년 조금씩 향상돼 2000년 겨울 6위를 기록했고 2001년 여름엔 4위로 올라섰다<표6>.

현재 현대차를 취급하는 딜러는 모두 576명. 1人 평균 연간 600대 정도의 현대차를 판다. 기아차도 겸한 딜러가 많기 때문에 실제 파는 자동차는 이보다 더 많다. 현대차에 대한 평판이 좋아지면서 많은 차를 파는 딜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1998년만 해도 연간 300대 이상을 판매하는 딜러가 12%에 불과했으나 1999년 36%, 2000년 52%, 2001년에는 62%로 높아졌다. 특히 연간 1200대를 초과판매하는 슈퍼 딜러도 2000년까지는 2% 이하였으나 2001년에는 8%로 네 배 이상 많아졌다.

『소비자에게 현대차나 기아차 사도록 권유한다』

LA 오렌지 카운티 애너하임에 있는 딜러 리처드 하인즈 사장(52)을 만나러 갔다. 2000여 평의 매장에 200여 대의 각종 차량이 질서정연하게 세워져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는데, 막 XG300을 구입했다는 디노 크리스도비아스(70)라는 노인이 시동을 걸어 보는 중이었다. 왜 현대차를 샀느냐고 물었다. 그는 종전까지 미국차를 탔는데, 10년 워런티를 해 준다길래 믿고 마지막 차로 현대차를 골랐노라며 예상대로 차가 잘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전담 3명 등 18명의 세일즈맨 등 65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는 하인즈 사장은 1988년부터 혼다 아큐라, 1993년부터 현대, 1999년부터 미쓰비시(스포츠카), 닛산(트럭) 등을 취급하고 있는 복합 딜러다. 그는 현대차가 왜 잘 팔리냐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마케팅 전략의 성공이다. 미국 시장은 독특하다. 이성적으로 따지기보다 감성적으로 이해한다. 10년, 10만 마일 워런티가 판매의 기폭제가 됐다. 믿을 수 있는 차라는 신뢰감을 심어 준 것이 주효했다. 현대는 판촉활동, 제품관리, 광고전략 등에서 혼다와 도요타 못지 않다. 현대차를 사 간 사람이 또 고객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마쓰다와 현대를 같이 취급해 보니까 승용차의 경우, 마쓰다 팔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는 월간 45대의 현대차를 팔았는데, 3월부터는 65대로 목표를 올려 잡았다. 충분히 팔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디트로이트市 교외 사우스필드 지역 딜러인 「글래스맨 오토모티브 그룹」은 GM과 현대·기아차를 연간 3000대 이상 판매하는 슈퍼 딜러. 현대차만도 1200대를 넘게 판다. 오너인 조지 글래스맨 사장(54)은 현대차를 사는 소비자의 수준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향상했다고 말했다.

종전에 링컨 컨티넨탈같이 비싸고 한정된 고급차를 타던 사람도 요즘 현대차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는 그 이유를 품질에 비해 차의 가격이 싸고(이것을 그는 「밸류어블」이라고 표현했다), 「10년 워런티」로 인한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글래스만 사장은 특정한 차를 정하지 않고 매장에 나오는 고객들에게 현대의 XG300·뉴쏘나타·싼타페·기아의 세도나, 소렌토 등을 사도록 권유한다고 말했다. 타보기 전에는 얼마나 우수한 차인지 모르니까 타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교통사고가 나서 캐딜락 차를 쓸 수 없게 된 친구에게 현대 XG300을 잠시 빌려 줬는데, 그 친구로부터 『너무 좋은 차』라는 말을 들었다며 곧 XG300을 한 대 팔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품질 향상은 모든 제조업체의 꿈이긴 하지만 공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법이다. 디트로이트 교외 앤 아버에 있는 현대·기아 기술연구소(소장 金永佑ㆍ49)가 품질을 책임지는 곳이다. 이름만 연구소지 별도 법인으로 소장이 사실상 사장이다.

앤 아버는 미시간大 때문에 생긴 인구 20만여 명의 작은 소도시. 널찍하고 공해가 없는데다 치안상태가 좋아 얼마 전까지 주부들이 선정하는 「살기 좋은 곳 1위」로 꼽혔다고 한다. 필자가 묵은 매리어트 호텔 밖으로 보이는 雪景(설경)과 호수가 너무 아름다워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인화해 보니 카메라는 눈에 비친 절경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필자가 찾은 날, 공교롭게 큰눈이 내려 디트로이트市 주변을 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그러나 길에는 눈 한방울 보이지 않았다. 눈이 내리자 마자, 심하게 말하면 적설량만큼 염화칼슘을 뿌려 눈을 녹여버리기 때문이란다.

현대·기아 기술연구소는 매년 250억원이 넘는 돈을 쓰면서 품질 향상을 위한 각종 실험을 그치지 않는다. 작년의 경우 자동차 105대를 풀어 여름에는 캘리포니아州 데스밸리(최고온도 섭씨 50도), 겨울에는 미네소타州 보뎃, 인터내셔널 폴스(최저온도 섭씨 영하 40도), 콜로라도州 애반스산(해발 4350m) 고지실험, 텍사스州 플로리다에서 고온다습(습도 90%), 캐나다 퀘벡에서 저온다습(습도 90%) 실험 등 날씨별로 환경실험을 실시했다.

「10년 워런티」와 관련, 자동차 71대를 풀어 내구·신뢰성 시험을 위해 디트로이트, 플로리다, 텍사스에서 實(실)도로 내구시험, 텍사스와 위스콘신에서 加速(가속)내구시험, 디트로이트와 LA에서 양산차 내구시험 등을 실시하고 있다.

경쟁회사의 차량을 사들여 이를 모조리 분해한 후, 엔진 구동 상태, 트랜스미션의 마모율, 배기 상태 등을 컴퓨터로 철저히 조사하는가 하면 6개월, 1년 단위로 일정기간 사용한 현대차를 소비자로부터 사들여 각종 부품의 마모 정도, 배기가스 배출량 등을 체크하고 이를 新모델에 반영하고 있다. 현대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메일을 보내 그들의 불만사항을 수렴하기도 한다.

 

 

[현지취재] 현대자동차의 미국 征服 (3/3)


「빅 3」도 현대차에 과민한 반응 시작

金永佑 소장은 소비자를 무작위로 추출, 연구소로 초청하여 이들에게 현대차에 대한 평가를 듣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는 차량의 개선에도 필요하며 소비자 본인의 의사가 차량 생산에 반영된다는 프라이드를 갖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도 상품인 만큼, 조치는 프로가 하더라도 아마추어가 보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이 金소장의 생각이다.

현대차의 약진에 대해 최근에는 GM, 포드 같은 빅3가 현대차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를 구입해다가 뜯어보고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들린다. 이제 겨우 시장점유율 2%에 불과한 현대에 대해 지나친 과민반응이 아닐까 여겼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 예측회사인 디트로이트의 블루스카이社 존 매클로이 부사장(48)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결코 과민반응이 아니라고 했다. 매클로이 부사장은 자동차 60만 대라면 3개의 조립공장이 필요한 수준이며 엔진, 트랜스미션, 鍛造(단조) 등 부품공장까지 감안할 때, 3만명의 일자리와 120억 달러 규모의 연관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시장점유율로만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장래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主流를 이루는 중형차 이상의 판매전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많은 자동차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금까지는 소형차 판매에 매달렸으나, 수익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가 그랬듯이 현대도 중형차 이상의 판매시장에 더 깊숙이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현대산업의 꽃이다. 국력의 척도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자동차산업을 「산업 중의 산업(Industry of Industries)」라고 했을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2만여 개의 부품을 하나로 조립하는 20세기 기계산업의 결정판이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은 全세계적으로 번져가고 있는 전자·IT(정보기술) 산업의 태풍 속에서 21세기에도 생존이 가능한 대표적인 굴뚝산업으로 꼽힌다. IT, 신소재, 에너지기술 등을 접목시켜 텔레매틱스(Telematics) 또는 메카트로닉스(Mecatronics)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첨단산업으로의 변신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이 그 이유다. 텔레매틱스 기술로 인해 2005년까지 5조 달러 이상의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기술개발을 둘러싸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거기에 「꿈의 연료」라는 수소전지(Hydrogen Fuel Cell)가 상용화될 경우, 자동차산업은 혁명적 변혁을 맞으며 다른 산업으로 상상할 수 없는 시너지 효과를 파급시킬 것으로 보인다. 시장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수소전지는 자동차뿐 아니라, 개인 또는 공장의 동력원, 냉난방원으로 사용이 가능해 사용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미국 취재 중 현지의 여러 사람들에게 장래 現代車의 독자생존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전제조건은 달렸지만,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이 되돌아왔다.

연료전지에 대해 그들은 이행기간이 최소한 30년 이상 걸릴 것이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것이 없다고 했다. 초기부터 엄청난 투자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컨소시엄 형태로 개발에 부분 참여, 중간재를 사 쓰거나 글로벌 빅6社와 자본제휴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대형차를 선호하는 미국인들은 힘에 한계가 있는 퓨얼 셀 연료를 쓰는 차량보다 힘이 좋은 가솔린 차가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은 6개의 글로벌 빅 그룹과 4개의 독립 그룹社<표8>로 이루어져 있다. 글로벌 그룹은 GM, 포드, 도요타, 르노, 폴크스바겐, 다임러 크라이슬러 6개. 독립 그룹은 한국의 현대, 혼다, BMW, 푸조-시트로엥 4개다.

국내 가격보다 25% 싼 수출 가격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쳐 270만 대를 생산하는 현대는 생산대수 기준으로 세계 10위권이다. 현대의 목표는 2010년까지 세계 빅5에 드는 것이라고 한다. 세계 6위 기록이 年産(연산) 300만 대 수준이니까 양적으로 빅5에 드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빅5에 들기 위해서는 年産 능력이 500만 대 수준으로 현재보다 몸집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

현대차의 장래가 장밋빛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덩치만 키운다고 세계 일류 기업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에 걸맞는 판매체제 정비와 기술수준의 향상, 다양한 新모델 개발 및 차량 생산, 수익성 提高(제고) 등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수익성 문제는 장래의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현대차의 수출가격은 최근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너무 싸다. 작년의 경우, 현대차의 내수가격은 한 대당 평균 1650만원인 데 비해 수출가격은 평균 1220만원에 불과하다. 기아차도 비슷하다. 내수가격은 평균 1530만원인데, 수출가격은 평균 1230만원이다. 수출가격을 최소한 내수가격의 수준까지 올려야 하며, 미국의 소비자들이 합당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품질향상과 내장재 등이 좋아져야 한다.

미국에 가기 전부터 9ㆍ11 테러사건 이후, 몸 수색이 심해졌다는 말은 들었다. LA 공항에서 디트로이트行 국내선 비행기를 탈 때, 구두까지 벗기고 철저한 검색을 했다. 保稅구역 안에 들어갈 때는 공항직원들이,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는 항공사 직원들이 이중으로 검사했다. 백인들은 거의 무사통과고, 유색인종들만 검색대상이었다는 점에서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그래야만 하는 처지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정작 인종차별의 비애를 느낀 것은 미국에서가 아니라 캐나다에 입국할 때였다. 필자의 본래 일정은 디트로이트에서 일을 마치고 시카고發 대한항공기로 귀국하는 것이었다. 한데, 디트로이트에서 한 시간 거리인 토론토에 사는 사촌형이 『바로 코앞까지 왔다가 그냥 돌아간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강력하게 토론토行을 권유해 왔다. 다행히 토론토에서 서울로 직항하는 비행기가 있다고 해서 겸사겸사 캐나다로 갔던 것이다.

토론토 공항에서 두 시간 동안 억류

불길한 조짐은 토론토行 노스웨스트 비행기를 탈 때부터 시작됐다. 출발시각 오후 4시30분, 탑승구 34번이라고 찍힌 탑승권을 들고 탑승구 앞에서 기다렸으나 4시가 넘어서도 한 사람의 승객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여기고 항공사 유니폼을 입은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아까 아나운스먼트가 나왔다는 것 아닌가. 윙윙거리는 마이크 소리는 정신을 바짝 기울여 들었어도 알아들을까말까 했을 텐데, 지루한 시간을 보내느라 책을 읽고 있던 필자는 듣지 못했던 것이다. 부랴부랴 새로 지정됐다는 50번 탑승구로 달려갔더니 출발시간은 6시40분으로 지연돼 있었다.

다행이다 여기고 두 시간여를 더 기다렸다. 탑승권을 체크하는 사람은 동양인 여자였고 그 옆에 흑인 남자가 한 명 있었다. 필자의 여권과 탑승권을 본 그 여자는 한국말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느냐』고 물었다. 반갑다는 표시를 하려는 순간, 그녀는 필자를 흑인에게 인계했다. 그리고 철저한 검색이 시작됐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비행기 탑승구로 들어가는데, 필자만 구두까지 벗기며 조사를 받았다.

토론토 공항에서는 악몽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국심사대에서 입국 목적을 묻길래 『관광』이라고 대답했다. 사실은 친척방문이지만 내용은 관광이니까 그렇게 답했던 것이다. 친척방문이라고 하면 괜한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직원은 필자를 이민국 심사관에게 인계했다. 그 많은 승객 가운데 오직 필자 한 사람만 찍혔다. 이민국 직원은 직업, 회사의 이름, 직위, 미국에 온 이유, 캐나다에 입국하는 목적 등 시시콜콜한 질문을 해댔다. 사촌형제를 만나 캐나다를 관광을 하러 왔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회사의 이름을 써보란다. 그래서 「The Monthly Chosun」이라고 썼다. 그 다음에는 사촌의 이름, 주소를 물어봤다. 그렇게 시간이 30분 정도 흘렀다.

필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인종차별 아니냐』고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이민국 직원은 멀찍이 떨어져 있는 벤치를 가리키더니 그곳에 가서 앉아 있으라고 했다. 괘씸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전화도 못 쓰게 했다.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무엇을 알아봤는지 모르겠다. 마이크로 필자를 불렀다. 그리고 세 가지 조건을 붙인 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하더니 입국 스탬프를 찍어줬다.

첫째, 취업하지 말 것, 둘째, 학원 또는 직업훈련 코스를 수강하지 말 것, 3월3일까지 캐나다를 떠날 것 등이다.

3월3일 밤 11시50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기를 탈 때, 『한국여권을 가진 분은 그냥 들어가세요』라는 대한항공 직원의 말이 그렇게 반갑게 들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