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개살구, 에쿠스
가격대비 낮은 감성품질… 수리 및 보상에 소비자 어려움
입력시간 : 2005. 07.18. 10:14
수입차와 견줄만한 최고급차를 자부하는 현대자동차의 간판 브랜드 ‘에쿠스’에 여러 가지 결함이 발견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의 파워는 막강하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73%에 달하고 글로벌 ‘TOP 5’ 진입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을 독주할 수 있었던 건 단지 GM대우, 삼성 르노, 쌍용차 등이 현대차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지거나 브랜드 이미지가 낮아서가 아니다. 그 배경엔 기아의 인수합병, 대우차의 부도, 쌍용차의 몰락, 삼성차의 후퇴가 가지고 온 반사이익이 강하다. 여기에 국내 순수기업이라는 이미지에 국민들의 ‘애국심’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지나친 ‘독과점’ 으로 제품의 완성도나 품질경쟁력이 떨어지고 고객 서비스에 소홀하다는 등의 비난을 받고 있다. 차량 판매대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해 본질적인 품질 개선이나 소비자 만족을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최고급차’… 사후관리는 ‘엉망’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품질과 고객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높다. 특히 최근 수입차에 견줄만한 고급차라는 ‘에쿠스’가 여러 가지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고객 불만사항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과 품질, 서비스에 있어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고급차에 결함이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현대차 측의 사후관리가 엉망인 것에 피해자들은 더욱 분노한다.
최근 에쿠스 결함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에쿠스’라 함은, 국내 최고의 차를 자부하는 현대차의 간판 브랜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안티 현대차’와 ‘안티 에쿠스’ 동호회에서 소비자들이 연대해 자동차의 결함을 알리며 불만사항을 신고하고 있다. 에쿠스는 브로셔에 ‘누구 한 분에게라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진정한 에쿠스가 아닙니다’라고 특별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툭하면 터지는 기기 오작동과 부실함으로 ‘결함쿠스’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에쿠스의 결함은 40~60가지나 된다. 주로 엔진 떨림, 미션 오동작, 사이드 미러·유리창 오동작, 연료 메터 오동작 등이다. 주로 주행 중 심한 변속 충격과 심한 변속 충격음이 난다거나 소음과 진동이 심하다는 불만이 많았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기기 이상과 오작동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의견들도 상당수 있었다.
45가지가 넘는 결함과 65가지가 넘는 오작동들로 5년째 현대자동차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한 피해자는 아예 ‘안티 현대차’(www.caras.or.kr) 싸이트를 운영하며 에쿠스의 차량결함을 알리고 불만사항을 공론화시켰다.
VIP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에쿠스 전용’칸에 버젓이 다른 승용차가 수리를 받고 있다.
“…계속되는 기기의 오, 작동과 주행 중 변속시점에서 뒤에서 받은 것처럼 차가 앞으로 튕겨나갈 정도로 심한 충격을 받고 시동을 걸면 별안간 RPM이 6,000정도까지 올라가서 차에서 뛰어내리다가(급발진인가 해서) 발을 삐끗해서…” 에쿠스를 타면서 18개월간 몸과 마음 이 많이 지쳤다는 이강재 씨는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고장, 현대자동차 정비사업소측의 완벽한 고장수리 완료라는 반복된 상황이 계속됐다”면서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30여 차례 이상 수리하고 교환을 반복하면서 차는 이제 제 기능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여러 기기 오작동과 결함 중에서도 “시동키도 안꽂혀 있는데 운전석이 뒤로 밀리며 넘어져 처와 조카를 찍어 누르는 사고가 났다”면서 “현대차측도 ‘그런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신차에서 결함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6월15일 출고된 에쿠스 3.8을 뽑은 김대호 씨(포항 거주)는 일주일만에 엔진 소음이 커지고 저당변속 때 심하게 부하가 걸리는 일을 경험했다.
현대차 정비소를 수차례 들락거리고,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차량 문제 없음”이라는 것이었다. 차량 정비기사들도 딱 부러지게 말은 못했지만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결국 남양연구소 측을 찾아 비교테스트를 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안된다”는 대답만 들었다.
김대호 씨는 “차를 타다 보면 처음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 뽑은지 1주일만에 하루가 다르게 몸으로 느낄 정도로 떨어질 수가 있냐”면서 “차를 좋아하고 여러 차종을 몰아봤지만 이 차 처럼 초기 품질이 떨어지는 차는 처음이다”고 말한다. 그는 사실을 밝혀 내기 위해 자신과 동일 시기의 동일 차량을 수소문하고 있다.
개발초기부터 ‘결함 투성이’
실제로 지난 3월에는 김영란 대법관이 탄 에쿠스 승용차가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대 앞 주차장에서 대법관이 탄 에쿠스 차량이 후진하다 급발진해 뒤편에 주차돼 있던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 이 사고로 김대법관은 차 밖으로 튕겨나가 머리와 어깨, 무릎 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사고현장의 진한 타이어 자국으로 주변 사람들은 급발진 사고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으나,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법원의 판결은 “제조사의 책임이 아니다(?)”였다. 그렇다면 주차 중 갑자기 움직여 사고가 난 차의 책임이 운전자의 책임이란 말인가.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실험 과정에서 명확히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책임을 제조사에게 물을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며 “피해차량인 김 대법관 측에는 차량 수리와 치료비 등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에쿠스 결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현대차측의 반응은 “문제 없다”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에쿠스 피해자들은 “대법관이 탄 차량이 사고가 났으니까 문제가 커진 거지, 우리같이 힘없는 사람들은 아무리 찾아가서 항의하고 별 짓을 다해도 듣는 척도 안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에쿠스는 개발 초기부터 문제가 많았다는 건 현대차 내부에서도, 또 자동차 매니아라면 알만할 정도의 사실이다. 심지어 현대차의 남양연구소 직원들조차 최단기간 개발에 주먹구구시으로 만들어진 ‘똥차’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 미쓰비시사와 공동개발로 제작됐지만, 일본에서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고 한국의 ‘에쿠스’는 최고급 명품차라는 이미지로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불티나게 팔렸다.
99년 개발된 에쿠스는 당시 사장이 취임하면서 자기 명성에 맞는 차부터 출시하라는 긴급명령이 떨어졌고 출시 대기중이던 차들을 밀어내고 ‘에쿠스’가 탄생했다. 남양연구소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은 “2년 이상 테스트를 거쳐야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실험차가 생산 공장에 바로 투입됐다”면서 “연구원들이 설계하지도 않은 기능들이 하루에도 몇 건씩 추가돼 이를 ‘터미네이터’에 비유하며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차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고 말한다.
구형 에쿠스 고객 ‘신형’ 안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사세확장을 위해 본사 건물 옆에 공사가 한창이다.
출시된 지 얼마 안돼 차량문제들이 발생하자, 현대차는 초창기 결함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현대차는 2003년 11월13일 ‘최고급 대형 세단’ 뉴 에쿠스를 출시했다. 당시 현대차는 국내 대형차 시장의 수요 증대와 수입차 급증에 맞춰 고급 수입차와의 경쟁에서도 당당하게 견줄 수 있도록 개발됐다고 밝혔다.
에쿠스는 고급차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무상보증 수리기간을 기존의 3년6만km에서 5년 10만km로 연장했고, A/S센터에서도 ‘에쿠스 전용’ 칸에서 특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에쿠스 VIP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하지만 확인결과, 에쿠스 전용 수리는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사진참조). 에쿠스만 들어갈 수 있는 전용칸에 버젓이 다른 승용차가 수리를 받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측은 “초창기 결함은 어떤 차든 발생하기 마련이다”며 “과거에 비해 요즘은 많이 기술도 발전하고 서비스도 꾸준히 개선해 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제기되고 있는 에쿠스 결함에 대한 부분은 “잘 알지 못한다”면서 고객불만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는 “개선해 나가겠다”고만 대답했다.
현대차는 2004년 11월 에쿠스 2만9932대의 자발적 리콜을 시행했다. 리콜 사유는 특정 브레이크 오일을 사용함에 따라 조향륜에 장착된 브레이크 호스내면이 균열되는 결함으로 장기간 사용하면 호스파열이 될 수 있는 결함이었다.
대상자동차는 에쿠스 3.0, 3.5, 4,5(MPI)는 2001년 7월6일부터 2003년 3월2일 사이 제작된 차량과 에쿠스 4.5(GDI)는 98년 8월6일부터 2002년 8월16일 제작된 차량이다. 99년 4월 탄생한 에쿠스는 초창기부터 문제가 있는 차였다 라는 점이 인정된 꼴이 된 것이다.
현대차 영업소의 한 직원은 “고객들도 현대차 에쿠스에 대해 타보면 감성품질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한다. 구형 에쿠스를 탄 고객은 신형 에쿠스보다 차라리 비슷한 급의 다른 차나 수입차를 산다”고 말한다.
그는 현대차의 판매율 높이기에 급급한 전략이 문제라고 꼬집는다. 그는 “연구개발해서 신차 나오면 소비자 판매를 일단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언론플레이로 막으면 된다는 식”이라면서 “판매망과 A/S망등이 잘 돼 있는 현대차는 일단 대충 만들어 팔기부터 한다”고 비판한다.
‘한 분도 아쉬움이 있다면 진정한 에쿠스가 아니라고’ 에쿠스 카달로그에 홍보를 하고 있지만, 정작 현대차는 고객들의 품질과 고객서비스 불만을 듣지 못하고 있다.
초기품질 최하점… 건교부 등 “두고 봐야”
지난 5월 자동차 전문 리서치회사 마케팅인사이트가 국내 자동차 소비자 17만명을 대상으로 초기품질 지표인 새 차 구입후 평균 3개월간 고장 및 결함수를 조사한 결과, 르노삼성차, 현대차, 기아차, GM대우, 쌍용차 등의 순으로 적었고 현대차가 감소폭이 20%로 가장 컸다. 특이한 점은 초기품질 같은 순서로 우수했는데, 모델별로는 에쿠스가 가장 떨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에쿠스 결함에 대해서 리콜시행을 주관하는 건설교통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건교부 자동차보호과는 “에쿠스 결함에 대한 불만접수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리콜명령은 건교부 내 자동차 제작결함 전산망을 통해 접수된 내용이나 언론보도,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하는 문제 등을 정보 분석하고 제조물책임평가심사위원회에 상정해 결정을 내리는 만큼 심사도 까다롭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고 말해 시간을 두고 지켜볼 문제로 파악했다.
소비자보호원 리콜제도팀 관계자는 “에쿠스 관련 결함제보가 계속 올라오고 있어 모니터링은 하고 있지만 조사를 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니터링을 통해 조사과정을 거칠 때는 품질과 안전 면에서 동일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접수될 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50~60가지의 결함을 제기하는 에쿠스 소비자들은 개개인이 대기업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현실이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 홍경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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