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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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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현대기아, 차 값 올리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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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 차 값 올리는 이유?
전문가 동시다발 투자 때문 분석…국내서 이익 최대화해 해외로
소비자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 “언제까지 자국 기업 보호?”
미디어다음 / 권용주 프리랜서 기자
최근 현대기아가 자동차 판매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살 수 있는 차가 한정돼 있으니 자동차회사가 배짱 장사를 해도 불평만 제기할 뿐 뾰족한 묘수는 없다.
그렇다면 현대기아가 차 값을 올리는 이유는 무얼까. 가장 큰 이유는 동시 다발적인 투자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와 기아가 동시에 유럽에 공장을 짓고, 기아는 현대를 뒤따라 미국에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또 양사의 중국 내 공장 증설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는 점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차 값 인상을 주도하는 현대기아로선 상대적으로 경쟁이 심한 해외시장보다는 국내에서 이익을 최대한 많이 내야 해외 투자 여력이 생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가 글로벌 톱5 진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해외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공장 건설과 증설을 하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 면에서 해외보다는 국내 시장 내 경쟁력이 높아 차 값을 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해외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내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 투자 재원을 만들어 낸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국내 소비자들이 안겨 준 이익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현대기아차를 구입하는 해외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현대기아의 지난해 수익성을 보면 이 같은 점이 쉽게 드러난다. 현대의 경우 지난해 해외에서 70%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했지만 정작 수익의 50% 이상은 국내 시장에서 발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증권업계의 한 분석가는 “수출차보다 내수판매차의 전반적인 이익률이 대당 6% 이상 높다”며 “해외보다 국내에서 이익률이 더 높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나친 가격 인상은 부담이 된다는 것. 그러나 현대기아는 소비자들의 차 값 인상 반발에 제품의 질적 향상 폭이 크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과 고급 소재 적용, 그리고 다양한 편의성이 더해지는 고급화에 따라 값이 오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올려도 너무 올린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해외 시장 판매가격과 국내 판매가격의 차이가 크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대기아는 지역마다 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지역별 가격정책은 기업의 전략임을 들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 같은 현대기아의 주장 뒤에는 상품성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 있다. 작은 차에서 큰 차까지 모든 제품라인업이 갖춰진 현대기아로선 국내 타 회사를 경쟁상대로조차 보지 않는, 어차피 현대기아 제품이 경쟁회사 제품보다 좋다는 자신감이 강하게 담겨 있는 셈이다.
실제 가격 인상 논란이 있었던 현대 신형 싼타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9000대가 넘게 팔렸다. 또 그랜저의 경우 1만대를 넘기며 가격 부담 주장을 무색케 했다. 가격이 비싸면 판매가 줄어야 하나 비싸도 팔리니 비싸게 파는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가격 경쟁의 직접적인 선상에 있는 다른 회사는 어떨까. 우선 르노삼성은 현대기아의 차 값 인상을 내심 반기고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판매차종이 많지 않아 현대기아가 비싸게 받을수록 역시 수익이 극대화 된다. 쌍용 또한 르노삼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GM대우는 내수보다는 수출에 주력하는 정책을 쓴다. 현대기아의 내수차 가격 인상에는 별 관심이 없다. 게다가 전체 생산량의 90%가량을 수출하는 GM대우로선 굳이 내수시장에서 거대기업인 현대기아와 맞붙어 봐야 별 승산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제품이 없는 SUV와 대형 세단이 완벽히 갖춰지는 2007년쯤이면 본격적인 내수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이때는 가격 경쟁도 벌인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가 국내 자동차 판매가를 무리하게 올리는 데는 이 같은 경쟁 3사의 상황을 이미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거의 독점이 되다시피 한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를 지나친 내수보호에서 찾고 있다.
물론 내수업체 보호에는 규모의 경제라는 논리가 주로 작용했다. 자동차는 국가 기간산업이고, 대량 생산 제품이라는 점에서 일정 규모 이상이 돼야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생긴다는 게 규모의 경제 논리다.
지난 97년 구제금융 이후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됐을 때 현대는 규모의 경제 논리를 들어 기아 인수에 성공했다. 당시 정부도 규모의 경제 논리를 수용하며 자동차 산업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거들었다.
규모의 경제는 분명 성공했다. 현대기아의 경우 두 회사 통합 후 연구개발 부문을 합치고, 부품 공용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가 가져다주는 실익을 충분히 경험했다. 또 규모의 경제는 해외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 올리며 급기야 미국 시장 내 공장 설립이 가능했을 만큼 현지 판매량을 높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문제는 지나치게 규모의 경제를 외치며 급성장한 나머지 국내 소비자 보호가 소홀했다는 점이다. 품질 불만 등이 제기되면 자동차산업 성장 논리로 외면했고, 소비자보호 제도가 강화되려면 판매 위축을 들어 자동차 업계는 정부를 압박했다.
판매 위축은 곧 국가 경제 위기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던 셈이다. 또한 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적 마련은 기업규제가 된다는 논리도 빼놓지 않았다. 결국 규모의 경제 논리가 소비자 권익 논리에 앞서 있었던 셈이다. 정부도 번번이 국가 경제를 들먹이는 데야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최근 그간 산업보호 논리에 양보를 해왔던 소비자들이 점차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차 값의 무분별한 인상 등 소비자와 직접 연관된 분야에서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이는 목소리에 머물 뿐 이미 커질 대로 커져버린 자동차회사를 상대하기엔 버거운 게 현실이다. 심지어 정부가 강력한 리콜제 등 소비자보호법을 마련해 시행했지만 자동차회사가 이를 그대로 따르는 모습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자동차 시장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행 수입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 8%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
특히 이전 수입차 관세 폐지를 주로 수입차 업체들이 주장해 온 점에 비춰 보면 최근 소비자들의 주장은 더 이상 국내 업체 보호를 위해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국내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유지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대세였다면 독점적 지위에 따른 불만이 곪을 대로 곪아 터진 지금은 더 이상 보호해야 할 명분이 약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시장 개방은 해외에서의 국산차의 위상이 높아진 데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대는 지난달 미국에서 닛산 알티마 판매를 제치며 사상 처음 일본의 빅3 가운데 하나를 눌렀다. 그만큼 상품이나 가격, 품질 등에서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국내 시장 개방에는 여전히 난색을 표한다. 겉으로는 기술 수준이 아직 모자라 내수 시장 보호를 하자는 것이지만 이면은 독점적 시장이 깨져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 아깝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전국 자동차동호인들의 단체인 자동차동호회연합 이동진 대표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제 극에 달했다”며 “더 이상 정부가 자동차산업 보호를 이유로 국내 소비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과 자동차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차 값과 부품 등을 지나치게 비싸게 받는 데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같은 비싼 돈을 주고 사더라도 다양한 제품을 고를 수 있는 권리가 이제는 주어져야 한다”며 “언제까지 자국 기업 보호 논리로 소비자들을 힘들게 할 셈인가”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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