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회 선점" 또 드러나
헌법재판소가 외국 공관 인근의 집회를 허용한 직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주변 등 주요 집회장소를 선점하도록 경찰이 특정인과 기업 등에 편의를 봐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집회신고를 대리신청해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최근 경찰이 ‘장기간 위장 집회’ 등 문제점을 들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강력히 추진중인 경찰이 경비업무 등의 편의를 위해 되려 집시법을 이용,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13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헌재 결정이 나온 지난달 30일 경찰서에 접수된 집회신고 건수는 모두 26건이지만 종로서가 공개한 당일 경찰서 방문자 리스트에는 11명만 기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중앙청사 주변에 집회신고를 한 D빌딩, N빌딩, S개발 등 3개 기업을 통해 편법으로 집회신고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로 한 사람이 2∼3건 신고한 중복신고 10건을 제외한 남은 16건의 신고를 위해서는 16명이 종로서를 방문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종로서 관계자는 “정부중앙청사 주변 D, N빌딩측 등 직접 방문신고를 했으나 방문자 리스트에 누락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다만 S개발은 정보과 직원이 찾아가 대신 접수해준 것 같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 전국민중연대는 이날 서울 안국동 종로서 앞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집회 대리 신고를 통한 집회 개최 방해를 규탄했다.
앞서 참여연대도 성명을 통해 “국민들의 집회, 시위의 자유를 공권력이 앞장서서 방해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종로서는 싹쓸이 위장집회 신고 개입 의혹에 대해 즉시 조사해서 명확히 해명하고 해당 경찰관을 엄밀히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은기자/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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